본문 바로가기
이직의 왕

주인장이 걸어온 길 #2

by 제페토 2016. 1. 26.
반응형

정기 건강검진에서 혈압 185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한 나는, 재검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고 쭈뼛거리며 그자리를 나왔다.

 

그 당시에는 이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잘 인식도 되지 않았고 실제로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나에겐 더 신경쓰이고 귀찮은 일들이 회사에 수두루벅적했으니까...

 

2주일 뒤, 재검을 받았지만 여전히 혈압은 180~190정도...

의사 말이 100미터 달리기 하고 나서나 나올 혈압이라고 했다.

그제야 사태파악이 되었다.

 

정말 내 몸에 문제가 생긴건가.......??!!!

 

그길로 하루 병가를 내고 누님이 있는 서울아산병원 내과계로 가서, 예약을 하고 진찰을 받았다.

마치 시한부인생 환자마냥 하루종일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기계를 온몸에 꽂고 다녀야 했다.

아산병원 진료받을 때 주위를 둘러보니, 거의 대부분 심장때문에 문제있어 오신 분들은 노인분들 뿐...

내 나이대의 인간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며칠뒤 나온 진찰 결과는, 원인불명 부정맥...

원인불명이라지만,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고기도 잘 먹지 않던 나에게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박동 이상과 고혈압 증세라는 것은....

스트레스밖에는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

 

진찰 결과를 받아들고서는 정말 무지하게 울었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할 때는 몰랐지만, 내 몸이 아프고 나니 왜이리도 서럽고 나자신이 한심스럽던지...

 

그깟 회사일이 뭐라고 부득부득 우기고 다투어 그렇게 꼭두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나 새벽녘에 퇴근하고... 일에 파묻혀서 살아왔나 생각하니...

정말 나 자신이 한심했고 이런 상황으로 나를 몰고간 회사가 너무 미웠다.

(지금와 생각하면, 회사가 미웠던건 순전히 내가 철이 없어서 했던 생각이다... 내가 대처능력이 없어서 그 상황이 되었을 뿐,

회사는 나를 전혀 그렇게 만들 이유가 없었건만...)

 

이 때 부터였다.

 

내 와이프는 교사였으므로, 주변엔 교사 부부들이 많았고 항상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던지라...

이 때 부터 나는 공무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나는 교육공무원의 꿈을 꾸며 무려 2년동안을 회사에서 혼자 고독하게 싸워나갔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반드시 업무시간 내에 처리해야한다는 철칙으로... 새벽같이 출근하여 아침 근무시간인 8시30분까지 사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뒤, 출근시간이 되면 바로 자리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 물론 점심시간까지 절대 쉬는 시간은 없다... 업무 시간내에 일을 끝내야 하니까....

 

쉬는 시간없이 점심때까지 열심히 업무만하다가 점심이 되면 나는 바로 사내 도서관으로 직행해서 공부를 했다. 12시부터 50분간... 공부를 한뒤, 부랴부랴 다시 와서 10분정도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다시 업무 복귀.

 

6시30분까지 또 열심히 업무를 해서 가능한한 내 업무를 다 끝내놓은 뒤, 사내 식당에서 다시 10분정도 간단하게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사내도서관으로 가서 밤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무려 이런 패턴의 일상을 2년동안이나 했었던 것 같다.

 

혼자 밥먹어보지 못한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라고 했던가...

 

무려 2년동안이나 공부한답시고 혼자 밥먹으로 혼자 공부하며 혼자 일하며 고독과 싸웠지만... 무엇보다 더 힘들었던 건... 해도해도 줄어들지 않는 업무량과 스트레스..... 부정맥으로 인한 건강 악화....

 

급기야... 이제는 한계에 부딪혀... 결국엔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 To be continued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