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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살아남기]

3화. 집합 교육

by 제페토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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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집합 교육

 

"8번 교육생!!! 앞으로 굴러, 뒤로 굴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제대로 합니다~~!!!!"

"전방에 힘찬 함성 10초. 발~사~~!!!!"

"아~악!!!!!!!"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군대도 아니고 이거 뭐....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한 달 간의 대기업 신입사원 집합교육.

 

무엇보다 군대에서 느꼈던 굴욕감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던 경험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우리 기수는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

 

대기업의 각 계열사에서 차출되어오는 각 조 진행선배요원들, 그리고 그 선배들을 일괄 관리하고 오더를 내리는 주진행선배요원.

 

우리 기수에 왔던 주진행선배는 정말이지 현업에서도 악명이 높았던 영업팀 대마왕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무턱대고 갈구어 대던, 그의 교육 방식에 다른 진행요원들까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이니....

마치 물 만난 고기 마냥, 사람 갈구고 면박 주는 걸 삶의 낙으로 아는 사람 같아 보였다.

 

집합 교육의 하루는, 아침 구보에서 부터 시작했다.

구보하다 주진행요원의 수가 틀리면 바로 오리걸음. 이놈의 아침 구보 타임은 한번도 제대로 끝난 적이 없었다.

제 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하고, 하루에 한가지 미션이 주어지고, 팀별로 완수해내고 자평하고, 틈틈 체력보강 훈련도 하고.

마치 군대에 있지 않지만 군대에 있는 듯한 착각들...

 

그 중, 가장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던 순간은, 동기 두 명이서 잡은 줄을 생명줄 삼아 허리에 묶고, 10미터 위의 전봇대에 올라가 2미터 앞의 밧줄을 그 높은 허공에서 점프하여 잡아야 하는, 그야말로 미친 미션.

 

물론 동기들끼리 서로 신뢰감이 쌓을 수 있다는 교육 취지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칫 잡고 있던 줄을 놓치기라도 하는 날엔,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미션이었던 것.

 

우리 조 15명 중 12명은 성공, 3명은 2미터 앞의 줄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동시에 줄을 잡고 있던 두 명의 동기들 또한 그 순간 자신이 줄을 놓침으로써 동기가 사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 외엔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보람 되었다 기 보다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는 기억 뿐.

신기하면서도 불편했던 순간들로 기억된다.

 

Lesson2. 대기업에서 살아남는 방법.
신입사원 집합교육은 추억 하나 남긴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임하라.
너무 진실되게 임하면, 너 자신만 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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