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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살아남기]

2화. 입사

by 제페토 202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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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입사

 

"수험번호 20051859. 이창유 님은 금번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되었음을..... 축하 드립니다."

 

5년 전,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던 모습이 생생하다.

더욱이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절에 우리 동기 중에서는 대기업 입사는 내가 제일 빨랐고 유일무이했다.

 

당연히 어깨가 으쓱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아버지는 금융계 지사장이었고, 금융회사 지원서를 손쉽게 구해 나에게 건네 주었지만, 대기업 타이틀을 목에 건 내 눈에 금융회사 따위가 성에 찰 리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때 금융회사를 결정하지 못한 게 나의 큰 패착 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 순간이 온다 한들, 나는 대기업 취업을 당연 스럽게도 또 선택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기업 취업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많았던 시절이었다.

 

"야, 너는 어떤 부서로 갈래?"

수일이라는 녀석이 물었다.

나 다음으로 대기업 합격 후, 함께 입사를 하게 된 대학 동기 중 한 명이다.

공공장소에서나 어디에서나 예의범절이 없는, 심하게 개인 주의적인 엘리트의 표본 같은 녀석. 하지만 친구로서는 썩 나쁘지만은 않은 녀석이다.

 

"야, 수일아, 의자 좀 당겨, 뒤에 사람 불편 하잖어~~"

"그게 뭔 상관이야. 내가 편하면 되지이~~. 상관 없어~~."

버스를 타든, 영화를 보든, 강의실에서든, 어디에서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녀석.

동시에 자신의 친구 일에 있어서도 남들보다 친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녀석.

남을 배려하고 남을 생각하는 게 인생 최고의 예의범절이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정말이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친구이다.

 

Lesson1.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내 부서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줄 알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였다는 걸,
그 땐 몰랐다.

 

"어떤 부서로 갈까?"

한 달 간의 신입사원 집합 교육을 마친 사람들은 또 다시 한 달 간의 계열사 교육을 마친 뒤, 교육 성적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부서 또는 공석이 남는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어 있다.

 

수일이와 나는 지방대에서 수도권으로 상경한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에 임했고 훌륭한 성적으로 우리가 원하던 부서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밝은 성격의 수일이는 영업으로, 내성적인 나는 개발부서로.

우리 각자의 갈림길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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